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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2017.10.23 | 아올뱀로 츄팡님 썰
  8. 2017.10.19 | 아올뱀로 기억잃은 뱀로(쉥님)
  9. 2017.10.17 | 아올뱀로 체인지
  10. 2017.10.11 | 아올뱀로 기승위

[아올뱀로] 버려진 아이

[아올뱀로] | 2019. 11. 3. 21:35
Posted by 피넬

 폭풍의 언덕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내려오는 전설이 있다. 서풍이 불 때 태어난 아이는 검소하고 적이 없는 인생을 살고 남풍이 불 때 태어난 아이는 사치스러우며 많은 동료들이 따를 것이다. 북풍이 불 때 태어난 아이는 뛰어난 전투능력을 지닌 전사가 되고 동풍이 불 때 태어난 아이는 부귀와 영화를 누릴 것이다. 그리고 바람이 불지 않을 때 태어난 아이는 바람의 신이 될 운명이다. 전설의 마지막 문장은 누구도 믿지 않았다. 폭풍의 언덕은 그 이름답게 바람이 잠잠한 날이 없는 장소였다.

 하지만 누구도 믿지 못할 현실이 일어났다. 마을에서 사는 젊은 부부의 아이가 태어나기 직전, 폭풍의 언덕은 마치 그 탄생을 기다리는 듯이 늘 강하게 불던 바람을 잠시 죽였다. 언제나 바람이 불던 장소라 믿기지 않을 정도의 정적. 들리는건 잔잔한 바람소리가 아닌 마을 사람들의 웅성거림, 진통이 시작된 임산부의 고통스러운 신음소리. 수 시간이 흐른 후, 아이의 울음소리가 마을 안에 울려 퍼지자 마치 그 탄생을 기뻐하듯이 폭풍의 언덕에 다시 바람이 불었다.

 바람이 불지 않을 때 태어난 아이는 바람의 신이 될 것이다. 그 전설을 믿고 아이의 부모는 자신들의 아이에게 바람의 신, 아이올로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아이올로스는 그 이름에 걸맞게 걸음마보다 바람으로 타고 다니는 마법을 먼저 익혔고, 글자를 깨우칠 무렵 쯤 익힌 주문은 마을의 청년 마법사와 맞먹을 수준이었다. 아이의 부모와 마을 사람들은 이 아이가 장차 어른이 되면 마을을 지켜줄 수호신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아이올로스가 자라 친구들과 어울려 놀 나이가 되자,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침까지만 해도 멀쩡하게 아이올로스와 놀던 아이 중 한 명이 고열에 시달렸다. 처음엔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평범한 일이라고만 여겼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올로스와 함께 놀던 아이들이 하나 둘 씩 병이 나거나 크게 다치기 시작했다. 처음엔 작은 열병으로 시작하다 목숨이 위험할 수준의 병으로 번지거나, 단순히 넘어지기만 했을 뿐인데도 팔다리가 부러지는 등, 그저 우연이라 치부하기엔 이상한 일이었다.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불안함이 퍼질 무렵, 아이올로스의 부모가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세상을 뜨자 사람들은 확신했다. 아이올로스는 바람의 축복을 받은게 아니라 저주를 받은 거라고.

아이 몰래 모인 어른들은 결론을 내렸다. 이대로 가다간 마을이 멸망할지도 모르니, 저 아이를 먼 곳에 데려다가 버려야겠다고. 처음엔 죽이자는 말도 나왔지만 아이는 이미 상당한 마법실력을 가진데다, 바람의 저주를 받은 아이에게 직접 위해를 가했다간 어떤 재난이 되돌아올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앞서, 버리기로 의견을 모았다.

 

 태어날 때는 사람들의 축복을 받았던 아이올로스는, 그렇게 마을에서 버려지게 되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 웬 상자에 갇혀 있었고, 뚜껑을 열고 나오니 본 적도 없는 숲 속이었다. 처음엔 바람을 타고 마을로 돌아가려 시도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몸에는 돌아올 수 없는 저주가 걸려있단 사실을 알아챘다.

 아무리 나이에 비해 머리가 좋을 지라도 아직 아이올로스는 어린 아이였다. 와본 적도 없는 곳, 거기다 주변 마력의 흐름을 보아 강한 몬스터가 우글거리는 장소. 식사라고는 어제 먹은 빵 한 조각이 전부라 배도 고팠다. 나름 지식을 모아 먹을 수 있는 열매나 풀을 찾으려 했지만 겨울이 다가오는 계절이라 변변한 나무 열매 하나 찾기 힘들었다. 하루종일 숲을 돌아다닌 탓에 거의 탈진 직전까지 간 아이올로스는 낙엽과 마른 나뭇가지를 모아 불을 피워 그 옆에 누웠다.

 아이올로스는 이대로 있으면 탈진해서 죽는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예측했다. 하지만 아무리 앞날을 예측한다 해도 어찌 바꿀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저 여기에 누워 탈진해서 죽느냐, 조금 더 움직이다 마수에게 잡아먹히냐, 기껏해야 그런 차이일 뿐이었다. 지친 몸은 납덩어리처럼 무거웠고, 불을 쬐고 있지만 손 끝이 조금씩 차가워 지는게 느껴졌다. 점차 눈꺼풀도 무거워지는걸 느꼈다. 아직 죽고 싶지 않아. 그렇게 중얼거리며 눈을 뜨려고 노력했지만, 지친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그 때, 갑자기 주변의 추위가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모닥불의 열기와 다른 열기였다. 진한 피의 향도 느껴지는걸 봐서는 마수일 확률이 높았다. 아무래도 먹이를 찾아 온 것 같았다. 최소 어떤 마수인지 보기라도 하자는 마음에 아이올로스는 마지막 힘을 쥐어 짜, 눈앞에 서있는 그림자를 올려보았다.

 

 흉악한 마수라기엔 너무나 아름다운 붉은색이 눈앞에 있었다.

 

 검은 박쥐와 늑대형 마수를 거느린, 피보다 더 붉은 눈동자를 가진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어찌나 아름다운지 죽음의 문턱에 다다라있던 아이올로스가 그의 얼굴에 정신을 뺏길 정도였다. 말없이 그를 바라보고 있자, 아름다운 사람이 입을 열었다.

 

버려진 아이인가.”

 

 아름다운 이는 한숨을 쉬더니 늑대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러자 그의 충직한 하인은 낮은 울음소리를 내며 어린 아이올로스의 몸뚱이를 가볍게 들어 넓은 등에 태웠다. 폭신한 털가죽의 온기가 아이올로스에게 약간이나마 체력을 되찾아줬다. 그리고 어딘가로 가는 움직임이 느껴졌지만, 아이올로스는 딱히 두려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저런 아름다운 사람의 먹이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여겨졌으므로.

 

 

 

 

 

 

 

 

 더 추워지기 전에 바람을 쐴 생각으로 성 밖으로 나온 뱀파이어 로드는 어린 소년을 주웠다. 아이에겐 저주가 걸려있었다. 미아의 저주. 그 저주에 걸린 사람은 저주를 건 사람이 지정한 장소에는 돌아가지 못한다. 말 그대로 사람을 버리기 위한 저주다. 그런 저주에 걸린데다 거의 죽어가는 상태의 아이를 보자, 로드는 어찌할지 고민했다. 그냥 버리고 가기엔 아이는 약해져 있어 얼마 버티지 못할테고, 그랬다가는 뒤가 찜찜할게 분명하다. 딱히 온정을 베풀 이유는 없지만 어린아이가 죽는걸 방치할 정도로 로드는 무자비한 존재가 아니었다.

 결국 로드는 아이를 자신의 성에 데려가기로 결정했다. 어느정도 자라 자신의 앞가림을 할 때가 되면 알아서 살도록 내버려 두면 되는 일이다. 어차피 어비스로 인해 영원에 가까운 삶을 사는 로드에게 있어, 아이가 자라는 몇 년 정도는 눈 깜빡하는 정도의 시간에 불과했다. 나중에 마을에 내려가 아이용 침대나 여러 자질구레한 물건을 구입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로드는 헬베루즈의 등 위에 기절해 있는 아이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었다.

 

 

 

 

  그 이후, 훤칠한 미남으로 성장한 아이올로스의 애정공세에 밀려 결국 연인이 되기까지 앞으로 십 년하고 조금 남은 미래를, 아직 로드는 깨닫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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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블메>아올뱀로

[아올뱀로] | 2019. 5. 30. 23:09
Posted by 피넬

블러디~ 오늘은 마을에서 축제가 열리는 날이란 말야~. 매일 성에만 박혀있지 말고 가끔은 놀러 나가자~.”

 

스톰 브링어가 칭얼거리며 뱀파이어, 애칭 블러디의 등에 달라붙었다. 블러디는 달라붙은 스톰의 몸을 떼어내며 한숨을 쉬었다. 정말 끈질긴 녀석이었다. 벌써 며칠째 같이 축제에 가서 놀자고 조르는건지. 보통 상식이 있으면 한 두 번 거절한 선에서 끝내야 하는거 아닌가?

하지만 첫 만남부터 스톰은 상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와 만난건 정말 우연이었다. 마을 사람을 덮쳤다는 누명을 쓰고 다짜고짜 덮쳐온 흡혈귀 사냥꾼을 처리하던 도중 입은 부상 때문에 결국 쓰러진 블러디를 구해준게 스톰이었다. 바람의 신의 후계자라 일반 인간과 가치관이 다른건지, 일반적으로 괴물이라 불리며 배척받는 흡혈귀인 블러디에게도 편견없이 대했다.

아니, 편견은 커녕...

 

첫눈에 반했어! 나랑 사귀어 주세요!!’

 

통성명을 하자마자 다짜고짜 고백을 할 정도로 마이페이스인 녀석이었다. 다짜고짜 고백을 받은 블러디는 어이가 가출한 채 반사적으로 거절했고, 스톰은 좌절했다. 그러나 스톰은 굴하지 않고 지금도 계속 블러디에게 달라붙었다. 자길 찬 상대에게 허물없이 대하다니 그릇이 큰건지 그냥 둔한건지 블러디는 이해할 수 없었다.

 

몇 번이나 말했지만 싫어. 안 그래도 싫은 인간들이 잔뜩 모여있는 곳에 가라고?”

, 그치만 내 신전이 있는 마을이니까 블러디가 걱정할 일은 일어나지 않아! 그러니까...”

다시 말하지만 싫어. 계속 그러면 진짜 싫어할거야.”

“!! , 블러디...”

 

블러디가 진심으로 노려보자 제아무리 스톰이라 해도 더 이상 고집을 부리긴 힘들었다. 성으로 돌아가는 블러디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스톰은 그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한숨만 내쉬었다.

 

 

... 또 저질렀네.’

 

자기 방에 돌아온 블러디는 침대 위로 엎어지며 후회했다. 또 속마음과 다르게 화를 내고 말았다. 그런 풀죽은 얼굴을 보고 싶은게 아니었는데. 온갖 후회의 말이 머릿속을 떠돌았다.

 

“... 사실은 같이 가자고 해준거, 기뻤는데.”

 

스톰의 애정행각이 싫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가 자길 좋아한다고 말해주는게 좋았다. 기뻤다. 스톰은 블러디에게 타인의 온기라는게 따뜻하다는걸 처음 알려준 존재다. 귀찮기는 해도 블러디가 스톰을 진심으로 싫어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다른 이들과의 교류를 단절하고 살아온 블러디는 좋아한다는 말이나 표현을 드러내기가 힘들었다. 배척받고 살아온 세월이 길다보니 짜증이나 분노같은 표현은 익숙했지만 호감의 표현을 드러낼 기회가 없었다. 머릿속에서만 빙빙 돌 뿐, 좋아한다는 표현은 입 밖으로 나오면서 익숙한 짜증의 표현으로 변했다.

 

내일은... 내일은 꼭 제대로 말하는 거야.”

 

어차피 스톰은 매일 오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블러디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눈을 감았다. 내일은 꼭 제대로 표현할거라고 다짐하면서.

 

 

하지만 그 이후 며칠동안 스톰은 블러디의 성에 오지 않았다.

 

 

 

 

 

 

값비싼 홍차답게 향기부터 일품이었다. 로드는 책을 읽던 손을 멈추고 홍차잔으로 뻗으려다 갑자기 움직임을 멈췄다.

 

~!!!”

 

로드를 백허그 하기 위해 바람같은 속도로 달려오던 아이올로스의 양팔은 아슬아슬하게 로드의 몸을 스쳐 지나갔다. 그가 올 것을 감지한 로드가 순식간에 몸을 옆으로 뺐기 때문에, 예상과 달리 아이올로스는 텅 비어버린 자기 양팔과 마주했다.

 

, 뭐야, 왜 피하는건데?”

시끄럽다. 독서시간을 방해하지 마라.”

아이고~ 오늘따라 왜 이리 저기압이신가? 우리 로드님은?”

시끄럽다고 했을텐데?”

 

로드가 째려보자 아이올로스는 무섭다며 몸을 움츠렸지만 그 몸짓에 진심은 담겨있지 않았다. 안 그래도 기분이 나쁜 로드는 그런 아이올로스의 능글맞은 행동이 더더욱 마음에 들지 않았다. 기껏 기분을 안정시켜준다는 홍차까지 준비했는데 이래서야 제대로된 기분전환도 하지 못하겠다 싶어 로드는 책으로 시선을 돌리려 했다.

 

저기압인 로드를 위해 가져온 선물!”

 

그렇게 말하며 아이올로스는 뭔가를 탁자 위에 올려놨다. 뭔가 싶어 고개를 든 로드의 눈동자가 탁자 위의 그 물건을 보는 순간 커졌다.

 

“! 이거...”

 

 

 

 

 

 

 

블러디! 선물이야!”

“...”

 

일주일이나 코빼기도 비추지 않던 주제에 갑자기 방에 들이닥쳐 뻔뻔스럽게 웃는 스톰을 보는 블러디는 짜증이 치솟았다. 같이 축제에 가자는 초대를 거절한 다음날부터 스톰은 블러디의 성에 오지 않았다. 처음엔 귀찮은게 떨어져 나가 속 시원하다며 자신을 달래던 블러디가 결국 외로움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릴 때 쯤, 돌연 창문을 열고 나타난 스톰은 작은 종이봉지를 블러디 눈앞에 들이밀었다.

 

“...”

, 어라? 블러디, 화났...?”

“......”

?”

왜 이제야 오는건데 이 바보!!!”

 

블러디는 가장 가까이 있던 베개를 힘껏 던져 스톰의 얼굴에 정확히 명중시켰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미처 대비하지 못한 스톰은 욱신거리는 코를 감싸며 잠시 굳은 스톰은 연속으로 날아오는 자잘한 물건들 때문에 아픈걸 제대로 느낄틈도 없었다.

 

, 블러디 진정, 진정해!!”

, 일주일이나, 안오고서, 이제, 와서, 선물이니, 뭐니...!! ,짜 진짜 뻔뻔한 자식...! , 너 같은거!! 너 같은거!!!”

 

너무 싫어! 라고 말하려던 블러디의 입이 멈췄다. 도저히 말할 수 없는 말이었다. 아무리 짜증 난다고 해도, 그를 진심으로 미워할 수 없었다. 지금도 이렇게 다시 찾아와준 사실이 무엇보다도 기뻤으니까.

 

“...맘대로 남의 방에 들어오고, 맨날, 오다가 갑자기 안오고... 진짜 짜증나는 녀석인데... ...그런데 다시 만나러 와준 사실이 기쁜 내가 제일 짜증나...!!”

“!!”

, 왜 좋아하는 마음은 쉽게 안사라 지는 거냐고... ,흐윽...”

, 블러디! 진짜야? 나 좋아한다는거 진짜야?!”

훌쩍, 함부로 안으려 하지 마!! 바보!! 일주일이나 안 왔으면서!!”

, 미안!! 그치만 이런건 처음 만드는 거라 시간이 걸렸어!!”

 

우는 블러디를 달래던 스톰은 들고 있던 봉지 입구를 열어 내용물을 블러디에게 보여줬다. 스톰의 손바닥 위에 있는건 영롱한 푸른빛과 붉은빛을 내는 보석을 중심으로 꼬아 만든 공예품인 머리끈 이었다.

 

“... 뭐야 이거.”

저번에 말한 축제에서 가장 인기 있는 판매품이야. 여기에 좋아하는 사람이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그 사람의 머리카락을 묶어주면 그 사람이 행복하게 된다는 전설이 있어.”

이게?”

헤헤, 첨엔 사서 주려다가, 공예품점 아저씨가 직접 만들어서 주면 더 효력이 있다고 했거든. 이런걸 만드는게 처음이다 보니 마음에 드는게 나올 때까지 일주일이나 걸렸지 뭐야.”

“...”

블러디, 난 제멋대로고 블러디에겐 귀찮았을지도 몰라. 하지만 난 네가 좋아.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고, 그 행복을 내가 너에게 주고 싶어.”

 

블러디를 바라보는 스톰의 눈빛은 진심이 가득 담겨있었다. 그런 스톰의 눈동자를 바라보던 블러디는 뺨에 열이 오르는게 느껴졌다. 이해할 수 없었다. 계속 자신을 거절하는 상대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란다니. 고개를 숙여 자신의 손을 잡고있는 스톰의 손을 보니 익숙하지 않은 공예 때문에 다친 상처가 수두룩했다.

 

“... 넌 바보야.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했지만, 진짜 바보중의 왕바보.”

그렇게 대놓고 말하면 아무래도 상처받는데...”

그렇지만

 

상처투성이인 스톰의 손을 감싸듯 어루만지며 블러디가 고개를 들었다. 그 얼굴에는 지금까지 한번도 보지못한 기쁨의 미소가 피어있었다.

 

그런 네가 좋은 나도 똑같은 왕바보네.”

 

그 말과 동시에 스톰은 블러디를 힘차게 끌어안았다. 어찌나 반동이 셌는지 둘은 그대로 침대로 넘어졌고, 부끄러움을 감추려는 듯 아프다며 칭얼거리는 블러디를 결코 품에서 놓지 않으며 스톰은 크게 웃었다.

 

결국 스톰이 블러디의 머리를 묶어준건 한참 시간이 흐른 뒤였다.

 

 

 

 

 

 

 

 

아이올로스가 탁자 위에 올린건 그때 받은 머리끈이었다. 아이올로스에게 직접 말한 적은 없지만 받은 날 이후로 로드는 그 머리끈을 보물처럼 애지중지 아껴왔다. 그러나 어제, 잠시 일상품을 사러 마을에 내려갔을 때 모르는 사이에 잃어버리고 말았다. 워낙 머리카락이 긴데다 평소 아래로 늘어뜨리듯 세갈래로 묶다보니 눈치채지 못했고, 알아챈건 성에 거의 도착하고 나서였다.

 

잃어버렸다고 말도 안했는데 어떻게...”

오늘 마을을 돌다가 웬 날치기가 있길래 잡았는데 그놈이 가진 물건중 이게 있더라고. 설마 로드가 아직까지 이걸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거기다 꽤 소중히 보관했나봐?”

“...”

, 설마 오늘 기분 나빴던거 이거 잃어버려서 그런거야?”

, 시끄러워! 맘대로 추측하지 마!”

로드~ 얼굴 빨개졌는데?”

시끄럽다니까!!”

 

붉어진 얼굴을 감추려는 듯 로드는 식은 홍차를 단숨에 들이켰다. 하지만 식은 홍차가 맛이 없는지 미간을 찡그렸고, 그런식으로 부끄러움을 감추려는 로드가 사랑스러운지 아이올로스는 웃으며 로드의 몸을 양팔로 끌어안았다.

 

 

투닥거리는 두 연인의 모습을 지켜보는듯 행복의 머리장식이 탁자 위에서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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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학교 AU

[아올뱀로] | 2018. 7. 1. 16:42
Posted by 피넬

 많은 사람들 사이에 둘러 쌓인 사람이 있다면, 대부분 혼자 다니는 사람도 있다. 아이올로스의 시선을 끄는 그 아이도 후자에 속했다. 언제나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아름다운 외모로 인기를 끌 것 같은 예상과 달리 언제나 혼자 다니는 소년이 있었다. 검은빛 긴 머리카락은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였고, 붉은빛 눈동자는 세공한 루비처럼 은은한 빛을 발했으며 수려한 외모에서는 중성적인 분위기가 흘렀다.

 

 소년의 이름은 뱀파이어 로드. 생명체가 살아가기 위한 힘인 혈기를 남에게서 흡수하고 이용하는 마법을 쓰는 집안의 장남. 그의 본가는 상당히 오래된 역사를 지녀 꽤 이름있는 집안이었지만 세간에선 그다지 평가가 좋지 않았다. 마법 중에는 생명을 제물로 바쳐 쓰는 마법이 있긴 했으나 기본 마법사들의 세계에선 그런 식으로 생명을 함부로 쓰는 마법은 도외시되고 있었다. 그래서 생명을 사용하는 마법의 술식은 적어도 몇백년은 지난 오래된 마법이 대부분이었지만, 뱀파이어 로드의 집안은 대대로 그 계통을 연구하여 강대한 파괴력을 가진 마법으로 재탄생시켰다. 그런 역사를 가진 집안의 장남이니 그가 처음 이 학교에 입학했을 때,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는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물론, 그 시선이 결코 좋은 의미의 시선은 아니었다. 입학식 날 로드가 교문을 들어서자마자 왁자지껄하던 주변의 목소리가 단숨에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갑자기 조용해진 이유는 그의 외모가 아름답다는 이유도 있었으나 그런 외모보다도 그에 대한 세간의 평가가 더 크게 작용했다. 신입생을 포함한 재학생, 교사들조차 로드의 모습을 보며 수근거렸다. 피를 갈망하는 괴물이라느니, 사람은커녕 같은 마법사조차 동료로 안보고 그저 자기 마법의 재료로 본다느니 하는 근거 없는 헛소리가 들렸다.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아이올로스는 혀를 찼다. 아직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그저 태어난 집안의 소문만 듣고 로드를 평가하는 모습이 아이올로스에겐 그다지 좋게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시선이 익숙한지 로드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 성큼성큼 교문을 지나 입학식이 열리는 강당쪽으로 걸어갔다. 그러다 우연히, 아이올로스의 앞을 스쳐지나갔다.

 

“!”

 

바람에 나부낀 로드의 머리카락에서 나는듯한 향이 아이올로스의 코를 자극했다. 그 향기는 잘 익은 과일처럼 달콤하고 넓은 산속에서 맡던 상쾌했다. 아이올로스가 무의식적으로 로드의 뒷모습을 바라보자, 로드가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렸다.

갑자기 시선이 마주치자 아이올로스는 자기가 그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단 사실을 들켜 조금 어색하게 웃으며 그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런 아이올로스를 바라보던 로드는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입을 작게 오물거렸지만 이내 다시 몸을 돌려 가던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이올로스는 여전히 로드의 뒷모습에 눈을 떼지 못하며,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예쁘다.”

 

 

 

 

 분명 이건 첫눈에 반한 거겠지. 아이올로스는 생각했다. 딱히 인정하기 싫다거나 그런 마음은 없었다. 로드의 외모 자체는 아이올로스의 취향 그 자체였고, ‘자유롭게자기 마음이 원하는 대로가 모토인 그에게 있어 다른 사람들의 편견 어린 평가나 집안따위보단 자신의 눈으로 보는게 중요했다. 입학식이 끝나고 며칠 동안 친구들을 사귀면서 짬짬히 로드를 관찰한 결과, 극악무도하다는 소문은 헛소문이라고 판단했다.

그냥 단순한 헛소문이 아니라 소설을 만들어내는 수준이었다. 잔인한 동물실험으로 매일 피냄새가 나서 동물들이 기피한다는 로드의 주변에는 야생 고양이나 새같은 작은 동물들이 꼭 한 마리 이상 있었다. 그것도 동물들이 먼저 다가와 그의 어깨에 앉거나 다리에 얼굴을 부비는 등 애교를 부리곤 했다. 로드 역시 그런 상황이 익숙한지 자연스럽게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거나 새에게 먹고 있던 과자를 쪼개 나눠줬다. 심지어 수업시간에 쓰는 동물이 다른 학생들이 손을 대면 어느정도 거부하면서 로드가 내미는 손은 거부하지 않았다.

 

소문이 믿을게 못된다곤 하지만 이건 정도가 심하지 않나...”

? 아이올로스 지금 뭐라 말했어?”

아니~”

 

 아이올로스의 주변에 있던 애들중 한 명이 묻자 아이올로스는 능청스럽게 질문을 넘겼다. 아이들은 그의 대답에 다시 자기들이 하던 주제로 넘어갔다. 어디의 어느 가게로 놀러가자는 둥, 평범한 대화가 오고 가는 중 아이올로스는 다시 시선을 창문쪽으로 돌렸다. 그의 시선 끝에는 사람들의 시선이 잘 닿지않는 나무 그늘 밑에서 고양이 한 마리와 함께 낮잠을 자고 있는 로드의 모습이 보였다.

 

“...친해지고 싶은데.”

 

 하지만 로드가 그다지 사람을 좋아하지 않아서 무리겠지. 아이올로스는 아쉬운 미소를 지으며 로드에게 시선을 떼고, 방과 후 놀러갈 장소로 어디가 좋냐는 친구들의 질문에 씩 웃으며 대답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이올로스는 로드와 친해질 접점이 없을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

“..., 잘 부탁해...?”

 

 학교는 전교생 기숙사제였다. 신입생은 입학하고 약 한달간 통학하며 학교에 익숙해진 다음, 기숙사를 배정받는다. 2인실로 룸메이트는 추첨이며, 1인실도 있지만 이 경우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교사들이 검토한 다음 배정되기 때문에 꽤 어려웠다.

그리고 아이올로스의 룸메이트는 뱀파이어 로드였다. 로드는 1인실을 신청한 것 같지만 1학년은 예외 없이 2인실을 배정받기 때문에 아무리 소문의 당사자라 할지언정 예외에서 빠지는 일은 없었다.


어 혹시 내 이름 몰라? 내 이름은,

아이올로스.”

 

 아, 아는구나. 남에게 관심이 없어보이던 로드가 자신의 이름을 기억해준 사실이 조금 기쁜지 아이올로스는 살짝 웃었다. 그런 아이올로스의 얼굴을 바라보던 로드는 별말 없이 자신의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이올로스도 짐을 정리하며 로드에게 이것저것 물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단답형이다 보니 사교술에 능한 아이올로스조차 이 이상은 이야기를 이어가기 힘들었다.

 

, 처음부터 친해질 수 있는 성격일거라고는 생각 안했으니까. 그래도 앞으로 같은 방을 쓰니 이야기 정도는 하는 사이가 되면 좋겠네.’

 

 생각도 못한 부분에서 로드와의 접점이 생긴 아이올로스는 기분이 좋은지 살짝 콧노래까지 부르며 책상에 딸린 책장에다 교과서를 꽂았다. 평소라면 남의 시선을 민감하게 알아채는 아이올로스였지만 기분이 좋아 경계심을 조금 늦춘 탓에 로드의 시선이 자신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단걸 눈치채지 못했다.

 

 로드는 상당히 성실한 소년이었다. 가끔 아침에 늦잠을 자서 바람을 타 등교하는 아이올로스와 달리 로드가 늦잠자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또한 그날 수업의 복습은 물론이고 예습까지 하는 모습은, 늘 벼락치기로 아슬아슬하게 추가시험을 면하는 아이올로스에겐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쪽지시험 결과표를 보고 한숨을 쉬며 침대에 누운 아이올로스는 책상에 앉아있는 로드를 향해 웃으며 분명 너는 못하는 과목이 없을거라 흘러가듯 말했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대답이 돌아올거라 생각했지만, 멋지게 빗나갔다.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

 

 처음엔 그 말의 의미를 몰랐지만 다음날이 되자 뜻을 알 수 있었다. 처음으로 받는 비행수업. 태어났을 때부터 바람의 축복을 받은 아이올로스는 빗자루라는 도구가 없어도 숨쉬듯 자연스럽게 하늘을 날 수 있었지만 빗자루를 타지 않고 하늘을 나는 마법은 상당히 어려운 마법이었다. 기본적으로 체질이나 여러 가지 요소가 맞아야 도구 없이 하늘을 날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마법사는 빗자루나 양탄자같은 도구를 이용해 하늘을 날았다.

이미 하늘을 날 수 있다 해도 수업은 수업이라 예외없이 아이올로스도 빗자루에 올라탔다. 처음으로 타는 빗자루보니 약간 중심을 잡기가 불안했지만 기류를 타자 금방 안정적으로 하늘을 날 수 있게 되었다.

학교 주변을 한 바퀴 돌고 온 다음 바닥에 내려오자, 안절부절 못하는 로드가 보였다. 평소와 달리 불안해하는 모습이라 걱정이 된 아이올로스가 다가가자, 로드는 누가 갑자기 다가온거에 놀랐는지 움찔했지만 아이올로스란걸 알아채자 경계를 낮췄다.

 

로드,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

혹시 빗자루 타다 넘어지기라도 한거야? 다친거면 보건실에...”

“...겠어.”

?”

빗자루, 타는 법... 모르겠어...”

 

 아무리 공부를 잘한다 해도 자신 없는 과목 하나둘 쯤 있는게 자연스러운 법이다. 로드의 비행공부를 돕기 위해 먼저 어디가 어려운건지 묻자, 로드는 한참을 우물쭈물하다 겨우 입을 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로드는 이미 자력으로 날 수 있었다. , 바람을 타는 아이올로스와 달리 로드는 평소 접어두는 날개로 하늘을 날았다고 한다. 날갯짓에 익숙해서 등에 아무것도 펼치지 않은 채 빗자루에만 의존해 하늘을 나는게 어색하고 떨어질까봐 무섭다고 말하는 로드를 보며, 아이올로스는 그런 그의 모습이 귀엽다고 느꼈다. 자기도 모르게 살짝 미소를 짓자 로드는 그가 자길 비웃는다고 생각했는지 얼굴을 붉히며 화를 냈다.

 

비웃을 건 없잖아!!”

, 아냐아냐!! 딱히 비웃는게 아니라 로드 너도 잘 못하는 과목이 있단게 좀 놀라서...”

처음인걸 어떡해! 누구나 처음부터 다 잘하는건 아니라고!”

 

 뺨을 부풀리며 아이올로스에게 고개를 돌리는 로드는 마치 주인에게 삐져서 등을 돌린 작은 동물 같았다. 약점을 들키자 부끄러워하고, 도리어 화를 내며 삐지는 그 모습은 영락없는 또래의 소년이자, 아이올로스에겐 미칠듯한 사랑스러움을 느끼게 만들었다. 공부열에 강하고 달콤한걸 좋아하고 속마음을 숨기려고 해도 자세히 살펴보면 표정이나 몸짓에서 드러나는데 본인은 그걸 완벽하게 숨기고 있다고 착각하는 이 모습은 분명 귀엽다고 표현하는게 분명하다. 대체 이런 로드의 어디가, 극악무도한 마법사라는 걸까?

 

됐어! 혼자서 연습할거니까.”

미안!! 사과의 뜻으로 연습하는거 도와줄게! 아니, 제발 연습을 도와주게 해주세요, 로드님!!”

“... 그렇게 사정한다면야.”

 

 어디까지나 네가 사정하니까 봐주는거야. 자존심 높은 로드가 툴툴거리며 허락하자 아이올로스는 감사합니다 로드님하고 과장되게 표현하며 그의 손을 잡고 학생들이 사용하는 비행연습장 쪽으로 향했다.

 

 




 평행선일거라 생각한 두 사람의 사이는 천천히, 하지만 분명히 앞으로 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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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올블메

[아올뱀로] | 2018. 2. 19. 23:34
Posted by 피넬

 마을 외각에 위치한 풍신(風神)의 신전. 평소엔 마을 신도들이 신에게 음식 같은 공물을 바치기 위해 찾아오거나 신전의 사제들이 신탁을 위해 돌아다니는 정도라 크게 소란스럽지 않은 조용한 장소였지만, 지금은 달랐다. 언제나 침착하던 사제들이 다급하게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며 신전 주위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아이올로스님!! 어디계십니까?!”

 

 아이올로스. 사제들이 부르고 있는건 신전의 주인이자 바람의 신의 이름이었다. 하급 사제들 뿐 만 아니라 늘 무뚝뚝한 표정으로 앉아 있던 고위 제사장조차 신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고 눈에 띄게 당황하며 허둥거렸다.

 늘 평화롭던 신전이 발칵 뒤집힌 모습을 저 멀리 큰 나무에 앉아 바라보던 한 소년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푸하하!! 맨날 지겨운 잔소리만 하던 저 할아범까지 저런 이상한 얼굴을 하다니! 대성공인데?”

 

 웃음을 터뜨린 소년은 바로 지금 신자들이 애타게 찾고 있는 당사자, 아이올로스였다. 오랜만에 따뜻하게 내리쬐는 태양빛을 마음껏 쬐며 일광욕을 하자 기분이 좋았다. 이런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게 얼마만인가.

 요즘 들어 매일 같이 마을의 인간들이 신전에 찾아와 신탁을 내려달라느니 신의 힘으로 구원해달라느니 하는 귀찮은 일이 밀려와 결국 아이올로스는 휴식을 위한 도피를 택했다. 신자들이 당황하고 있지만 어차피 크게 신경쓸 일은 아니다. 인간들도 조금은 자기 스스로 이뤄야지, 무조건 신에게 의지하는 버릇은 좋지 않다. 내 부재로 자기 힘으로 한다는 의지를 좀 배웠으면 좋겠군. 그렇게 생각하며 아이올로스는 바람을 타고 더 멀리 있는 숲으로 들어갔다.

 

 

산림욕도 기분이 좋네~”

 

 아이올로스는 사람의 발길이 거의 없는 숲에 자리를 잡고 앉아 가져온 간식보따리를 열었다. 시원한 바람이 실어다준 자연의 상쾌한 내음을 느끼며 먹는 간식은 화려하고 격식을 차린 다과회에서 먹는 과자보다 몇 배는 더 달콤하게 느껴졌다.

 

? 뭐야 너희들도 먹고싶어?”

 

 어느새 아이올로스의 주변에 작은 동물들이 모여들어 그를 빤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그가 들고 있는 간식을 바라보고 있었다. 동물들의 시선을 눈치 챈 아이올로스는 피식 웃더니 남아 있는 간식을 조각내서 몇 조각은 손바닥 위에 올리고 나머지는 바닥에 뿌렸다. 원하던 먹이를 나눠 받자 동물들은 기분이 좋은지 호의적인 울음소리를 내며 간식을 먹거나 아이올로스에게 어리광을 부리듯 그에게 털을 맞대며 부비적거렸다.

 그렇게 동물들과 놀고 있을 때, 고양이 한 마리가 애처롭게 울면서 아이올로스에게 다가왔다. 처음엔 배가 고파서 그러나 싶어 먹을걸 나눠주려 했지만 고양이는 절레절레 젓더니 마치 따라와달라는 듯 아이올로스의 바짓단을 물었다.

 

알았어. 알았어. 따라가 줄게.”

 

 아이올로스가 일어나자 고양이는 서둘러 앞장섰다. 뭔가 다급한 상황인지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예사롭지 않았기에 아이올로스의 발걸음은 빨랐다. 고양이가 어느 수풀 속으로 들어가자, 아이올로스는 거치적거리는 나뭇가지를 양손으로 걷으며 시야를 확보했다.

 

 그렇게 확보된 시야에 비친건 아까 자길 이끌었던 고양이와, 어린 소년이 기절한 채 누워 있는 장면이었다.

 

이 애는...?”

 

 검은색 긴 머리카락. 자그마한 체구. 그냥 보면 단순한 인간처럼 보였지만 아이올로스의 신도들같은 일반적인 인간은 아니었다. 일반 인간에겐 없을 고양이의 귀와 꼬리가 달려 있었으니까. 대체 뭐지 이 꼬마는? 그런 고민도 잠시,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리자 아이올로스는 번뜩 정신을 차렸다.

 

냐아-!’

“!!”

 

 자세히 보니 소년의 몸이 가느다랗게 떨리고 있었다. 입술도 창백한게 아무래도 저체온증 상태 같았다. 상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아이올로스는 일단 자신의 겉옷으로 소년을 감싼 다음 안아 들었다. 어찌나 가벼운지 이 소년이 오랜 시간 제대로 밥을 먹지 못했다는 사실 정도는 뇌까지 도달할 필요 없이 피부로 느껴졌다.

 

조금만 참아. 금방 구해줄 테니까.”

 

 바람을 일으켜 공중에 떠오른 아이올로스는 안고 있는 소년의 체온이 더 떨어지지 않도록 가슴께로 꼭 끌어안고 서둘러 자신의 신전이 있는 방향으로 날아갔다. 생사를 넘나드는 고비에 걸친 소년을 구해야 겠다는 생각 때문에 아이올로스는 기절했던 소년이 잠깐 깨어나 자신을 바라봤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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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블메 러브러브...?

2018. 1. 7.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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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블메] 쉥님 생일 축하드려요!!

[아올뱀로] | 2017. 12. 3. 00:37
Posted by 피넬





난 있지타인의 생일에 크게 관심을 가져 본 적이 없어.

내가 태어난 날도 모르는데 남이 태어난 날에 관심이 갈 리가 없지.

게다가 그냥 태어난 날짜일 뿐인데 왜 저렇게 주위 사람들에게 축하 받는 건지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으니까.

그런데지금은 축하하는 마음을 조금 알 것 같아.

사랑스러운 네가 태어난 날이 언제일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가슴이 두근거리는걸?

 


그러니까앞으로는 계속 함께 축하하자.

언제까지나 함께.

 

 

 


 

우리 딸그 케이크 산게 그렇게 좋아?

!! 난 딸기 케이크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하하우리 공주님 생일이니까그럼 여보이제 뭘 더 사야하지?”

 

 빵집 앞에 있는 어느 세가족의 대화자기가 좋아하는 케이크가 담긴 상자를 소중하게 양손으로 꼭 안고 함박웃음을 짓는 아이그리고 그런 자기 아이가 사랑스럽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고 손가락으로 뺨을 살짝 찌르며 애정표현을 숨기지 않는 부모제 3자가 보기에도 미소가 떠오르는 행복한 가족의 모습이었다지나가던 스톰 브링어의 발걸음조차 잠시 잡아 둘 정도로.

 스톰의 시선을 눈치채지 못한 가족은 금방 자리를 떠났지만그 가족의 대화를 듣고 있던 스톰은 잠시동안 그 자리에 서서 가족이 나눴던 대화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생일이라...”

 

 험난한 마계에서는 오늘은 살아남았어도 내일도 살 수 있다는 보장 따윈 없었다굶어죽지 않기 위해 먹을 수 있다면 말라비틀어진 식물은 물론이고 나무뿌리마저 입안에 밀어 넣으며 살아왔던 스톰에게 있어 태어난 날 따윈 기억도 나지 않았다애당초 스톰은 마계에 비해 평화로운 이곳 아라드에 와서야 태어난 날에는 축하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생일같은건 딱히 나하고는 별 상관없는 일이지. 스톰 역시 과거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달라스톰은 자신의 생각을 바꿔준 한 인물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그러고 보니 블러디의 생일은 언제일까?”

 

 스톰의 연인인 뱀파이어애칭 블러디사랑스러운 연인의 모습을 떠올리자 스톰의 입꼬리는 자연스럽게 곡선을 그렸다딱히 자기 생일은 상관없지만 상대가 블러디라면 말이 다르다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태어난 날이라면 스톰에게 있어도 특별한 날임에 틀림없으니까블러디 역시 자기처럼 상당히 험난한 삶을 살아왔지만 혹시나 자기랑 달리 생일을 기억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만약 그렇다면 그 날 크게 축하해줘야지그렇게 생각하며 스톰은 발걸음에 바람의 마력을 실어 단숨에 뱀파이어가 있는 성으로 날아갔다.

 


 

태어난 날짜마계 출신중 그런 걸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있긴 한가?”

 

 책을 읽고 있던 뱀파이어는 스톰의 질문에 어이없다는 듯 대답했다역시 그렇구나멋쩍은 듯 웃으며 뺨을 긁는 스톰을 바라보던 뱀파이어는 한숨을 쉬며 책을 덮었다.

 

오면서 누가 생일이라고 즐거워하는 모습이라도 봤나보지?”

어떻게 알았어?”

네 녀석의 행동방식은 보지 않아도 훤하니까. ...애당초 태어난 날에 무슨 의미가 있다고 축하를 하고 파티를 여는 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그냥 지나가는 날짜중 하나일 뿐인데.”

으음... 그렇겠지.”

“? 스톰?”

아냐아하하하.”

“...?”

 

 스톰의 반응이 이상하자 뱀파이어가 왜 그러냐는 듯 그의 이름을 불렀지만 스톰은 어영부영하게 답했다정확히 말하자면 지금의 스톰은 뱀파이어의 생각에 동의할 수가 없어서 제대로 답을 할 수 없었다.

과거의 자신이라면 그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분명 바로 동의했겠지만태어난 날에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알지 못했고 이해할 수 없었다그냥 돌고 도는 날짜일 뿐인데 그 날짜에 의미를 부여하는게 어리석다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뱀파이어와 만나기 전의 이야기다그를 만나고 사랑에 빠진 뒤스톰은 왜 생일을 축하하려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자신이 그와 만날 수 있고 함께 할 수 있는건 당연한 말이지만 살아있기 때문이다살아 있다는 건 태어난 날이 있다는 증거다매년 쳇바퀴처럼 돌아오는 날짜 중엔 분명 뱀파이어가 태어난 날이 있다분명 지금까지 알고 있던 일임에도스톰은 뱀파이어가 태어난 날이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두근거리는걸 느꼈다.


 사랑하는 블러디가 태어난 날.

 

 그저 그런 사실이 하나 추가된 것뿐인데도 스톰에게 있어 그 날은 그 무엇보다도 특별한 날이 되었다그리고 자연스럽게태어난 날을 축하하고 축하받는 이유 또한 알게 되었다소중한 사람이 태어났다는 것만으로도 그 날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를.

 

 

 그렇기에 스톰은 뱀파이어에게 전하고 싶었다네가 태어난 날은 나에게 있어 무엇보다도 기쁘고 특별한 날 이라는걸.

 

 

 






 

내 눈까지 가리고... 대체 어디로 데려가는 거냐?”

조금만 참아분명 깜짝 놀랄 테니까!”

 

 뱀파이어는 한숨을 쉬었다이런 상태의 스톰에게 반항해봤자 체력낭비라는건 잘 알고 있는 그였다뱀파이어는 더 이상 묻는걸 관두기로 하고 그의 가슴에 살며시 머리를 기댔다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스톰은 뱀파이어가 막 잠들려는 시각에 성으로 찾아왔다창문으로 들어오자 마자 천으로 뱀파이어의 눈을 가리더니 그대로 그를 안은 채 하늘로 둥실 떠올랐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납치라고 오해하는게 자연스러울 만한 상황이지만 상대가 스톰이니 뱀파이어는 아무런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오히려 그를 전적으로 믿고 있단걸 드러내듯 몸을 기대기까지 하니 그런 작은 행동조차 사랑스러운 듯 스톰은 바람에 나부끼는 뱀파이어의 검은색 긴 머리카락에 살짝 입을 맞췄다.

 

 

바로 여기야.”

“...! ...”

 

 스톰이 데려온 곳은 높은 산의 꼭대기였다시야를 가리고 있던 천을 풀자 가장 먼저 보이는건 광대한 대지와 아직 별들이 사라지지 않은 새벽녘의 하늘이었다구름보다 높은 산 위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마치 하늘과 땅솟아 올라있는 산과 그 산에 걸쳐진 구름그 모든 것이 한눈에 보일 정도로 드넓었다땅과 하늘의 경계선에선 아침 해가 조금씩 찬란한 빛을 비추며 떠오르고 있었다그 경치의 웅장함은 그야말로 창조주가 이 세계를 만들어 냈을 때의 모습이 아닐까 착각할 정도로 위엄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잠시 자아도 잊고 그 자연의 아름다움에 취해있던 뱀파이어는 자신의 손을 꼭 잡는 손길을 눈치 채고 그 손을 잡은 인물에게 시선을 돌렸다시선의 끝에는 사랑스럽다는 감정을 숨기지 않은 눈빛으로 뱀파이어를 바라보는 스톰이 있었다.

 

네 방랑벽이 이번에 찾은 보물은 이 경치인건가?”

엄청 멋지지처음 이 경치를 봤을 때 블러디한테도 보여주고 싶었거든그리고... 꼭 건네주고 싶은 것도 있고.”

건네주고 싶은 거? ?!”

 

 스톰은 갸웃거리는 뱀파이어의 뺨을 잡은 잡아 자기 쪽으로 당긴 다음 자신의 입술을 그의 입술에 겹쳤다갑작스러운 입맞춤에 놀라 미처 닫히지 않은 뱀파이어의 입 안으로 스톰의 혀가 비집고 들어갔다허락하지 않은 침입이었지만 뱀파이어는 그 침입을 거부하지 않았다오히려 허락한다는 듯 힘을 빼고 스톰에게 몸을 기대자스톰은 뱀파이어의 허리를 팔로 감아 자신에게 더욱 밀착시켰다.

 처음 봤을땐 끝부분만 보이던 태양이 절반 정도 떠오를 정도의 시간이 지나서야 두 사람의 입술은 떨어졌다떨어진 입 사이에는 아직 계속 입맞추고 싶다는 생각을 반영한 것처럼 햇빛의 빛을 받아 반짝이는 은색 실이 길게 늘어지다 결국 끊어지고 말았다.

 

하아하아... 갑자기무슨 짓을...”

하하기습한거 치고 블러디도 기대했잖아살짝 목각도 비틀어서 내 혀가 들어오기 쉽게 만들어주고...”

시끄럽다!! 그보다나한테 주고 싶다는게 대체 뭐냐?”

 

 스톰은 부끄러워서 빨갛게 물든 얼굴을 감추려는 듯이스톰의 가슴을 양 팔로 밀어내며 고개를 돌린 뱀파이어의 손을 잡았다조금 투박한 스톰의 손가락과 달리 상처 하나 없이 길고 가느다란 도자기 인형 같은 뱀파이어의 손가락에다스톰은 그를 위해 준비한 선물을 살며시 끼웠다.

 마치 몸의 일부인 것처럼 걸림 하나 없이 뱀파이어의 손가락에 끼워진 은색 반지엔 뱀파이어의 눈동자와 같은 색의 보석이 박혀 있었다마력이 담겨있는 것 같은 은은한 매력을 가진 피처럼 붉은 보석은 아침 해의 빛에 반짝이며 그 찬란함을 한층 더 뽐냈다.

 

이건...”

사랑해블러디그리고생일 축하해.”

“...? 하지만내 생일은...”

알아언제인지 모르지그러니까 앞으로는 오늘이 블러디의 생일인걸로 하는 거야.”

오늘이... 내 생일?”

블러디의 생일이야사랑하는 블러디가 태어난 날이 특별하지 않을 리가 없잖아그냥 매년 지나가는 날 같은 거와는 전혀 다른 걸.”

“....”

블러디내가 앞으로 계속 블러디의 곁에서 블러디의 생일을 축하할 수 있도록허락해 주겠어?”




 스톰의 진지한 질문에 뱀파이어는 며칠 전그에게 말했던 말이 떠올라 바로 대답할 수가 없었다.


태어난 날에 무슨 의미가 있다고 축하를 하고 파티를 여는 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그냥 지나가는 날짜중 하나일 뿐인데.’


사랑하는 블러디가 태어난 날이 특별하지 않을리가 없잖아.’



 그래그런건가뱀파이어의 입에 작게 미소가 걸렸다특별한 사람이 태어난 날이라면그건 그저 의미 없는 날이 아니다다른 사람에게 있어선 그저 단순한 날일지는 몰라도그 당사자를 사랑하는 자에게 있어선 일년에 단 하나뿐인 축복스러운 날이라는 거겠지.

 

 분명 뱀파이어도 스톰의 생일을 알고 있다면그 날이 특별하게 느껴질 테니까.



 

 뱀파이어가 고개를 숙인 채 오랜 시간동안 답이 없자 늘 여유가 넘치던 스톰의 얼굴에 조금씩 불안의 그림자가 걸리기 시작했다뱀파이어의 손을 꽉 잡고 있는 손에 조금씩 땀이 차기 시작했다.

그런 스톰의 불안함을 알아챘는지 뱀파이어는 고개를 들었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스톰은 자신의 입술에서 느껴지는 부드럽고 따뜻한 감촉이 무엇인지 잠시 알아챌 수가 없었다.

 

... 블러디?”

“... 불공평해.”

?”

나는 네 생일을 알지 못해그럼 불공평하지 않느냐그러니 앞으로오늘은 내 생일일 뿐만이 아니라 네 생일이기도 한거다그러니까... 생일 축하한다스톰... 그리고... ...앞으로 계속 함께 축하하는걸허락해 주겠다나 역시네 생일이라면... 특별하니까.”

 

 자존심이 높은 뱀파이어는 결코 속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않는다그런 그가스톰의 생일은 자신에게 있어 특별하다고 말했다여전히 돌려 말하기였지만 그 나름대로 솔직하게 스톰을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뱀파이어의 말의 뜻을 단번에 이해한 스톰은 아무 말 없이 뱀파이어의 몸을 끌어안았다뱀파이어 역시 아무 저항 없이 그의 품속에 자신의 얼굴을 묻었다.

 

 

 


 

태어난 날을 알지 못했던 두 사람의 첫 생일 축하.

둘 만의 생일파티를 응원하듯아침 해는 떠오르며 두 소년을 따뜻하게 비췄다.








쉥님 생일 축하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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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올뱀로 츄팡님 썰

[아올뱀로] | 2017. 10. 23. 23:58
Posted by 피넬

싫어, 오지 마...”

 

 겁에 질린 표정을 지으며 몸을 뒤로 빼는 너도 무척 귀엽고 사랑스러워. 뺨에 손을 대자 부들부들 떨고 있는 너의 떨림이 나의 손을 통해 전해져 온다. 아아, 떨고 있는 너는 마치 비 맞은 아기고양이처럼 애틋하고 연약하구나. 부디 떨지 말길. 세상에서 단 한 명뿐인 나의 연인.

 

울지 마.”

 

 안심시키기 위해 너의 눈꺼풀에 입을 맞추자 너는 새된 목소리로 울었다. 내가 곁에 있는데도 이렇게 불안에 떨다니. 얼마나 괴롭힘을 당한 걸까. 얼마나 혼자 슬퍼했던 걸까. 이렇게 사랑스러운 너를 아프게 했던 그 인간들이 떠오른다.

 감히 인간 주제에 너를 괴물이라고 부르며 죽이려고 했지. 날 다시 만나 기뻐하고 있을 뿐인 네게 그 더러운 칼날을 들이대다니.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해도 이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는다. 역시 그때 단숨에 죽이는게 아니었어.

 

, 보내 줘...”

 

 상냥한 아이. 너를 죽이려고 한 인간들에게 조차 가엾음을 느끼고 만나러 가려고 하는구나. 하지만 그럴 필요 없어. 그런 놈들은 네가 생각해줄 가치조차 없는 놈들이니까.

 

언제까지나 내가 지켜줄게.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그래. 실수는 두 번 하지 않아. 널 홀로 두고 떠난 내가 멍청했어. 이제 그딴 짓은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거야.

 여전히 오들오들 떨고 있는 너를 품에 안고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밤의 커튼이 드리워진 하늘보다도 검고 하늘에 수놓아 있던 별보다도 반짝였던 아름다운 흑발이, 지금은 마치 모든 것을 덮어버린 설원과 같은 백발로 변해 있었다. 가엾게도. 얼마나 무서웠으면.

 하지만 상관없어. 검은색의 네가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했지만, 하얀 너도 그에 못지 않게 무척 아름다우니까.

 

사랑해. 블러디.”

 

 그렇게 사랑을 속삭이자 너의 떨림이 조금 멈췄다. 이제야 안심이 되는가 보구나. 귀여워. 웃으며 네 눈꼬리에다 입술을 맞췄다.

 

 블러디의 눈꼬리에 맺혀있던 액체는 짭짤한 맛이었다.

 

 

 

 

 

* * *

 

 




 병의 징조는 분명히 있었다. 몸이 이상하게 나른하거나 혈기가 마음대로 사용되지 않는 정도의, 그냥 피곤으로 넘어갈만한 증상이었다. 병의 징조란 그렇게 사소한 법이다. 특히 병이 깊으면 깊을수록, 야속하게도 병의 징후는 더욱 단순했다.

하루가 다르게 기침이 많아졌지만 그냥 감기라고 생각했다. 하루가 다르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그저 피로가 겹친거라 생각했다. 하루가 다르게 혈기를 다루기 힘들어 졌지만 단순히 기분 탓이라고 여겼다.

 

 그리고 결국 새카맣던 머리가 하얗게 변하기 시작하자, 로드는 깨달았다. 자신은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어떻게 병에 걸린 건지, 왜 병에 걸린 건지, 치료하는 방법은 뭔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그저 로드가 알게 된건, 이 병은 체력과 마력을 좀먹을 뿐만이 아니라 발병자의 기억까지도 좀먹어 간다는 사실 하나였다.

 머리가 하얗게 변하는게 병의 진행이 빨라진다는 신호였는지, 로드는 점차 잊어가기 시작했다.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자신이 어떤 사람들과 만나왔는지, 자신이 어떻게 마법을 썼는지. 자기가 누구인지.

 

 자신이 누굴 사랑하고 있는지 조차도 전부 다.

 

잊고 싶지 않아...!”

 

 로드는 두려움에 떨면서도 필사적으로 병을 낫게 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했다. 구하기 힘들다는 재료는 전부 구해보고 몇 없는 지인들의 의견을 들어 여러 약을 지어봤지만 점차 병의 진행을 늦추는 것조차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싫어... 싫어!!!”

 

 책을 읽다가도 자기가 어째서 이 책을 읽고 있는지 순간 잊어버렸다가, 겨우 다시 기억해내자 공포가 로드의 몸을 뒤덮었다. 로드는 발작을 일으키듯 들고 있던 책을 던져버렸고, 주위에 있는 물건들을 잡히는대로 던지며 방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주위를 닥치는 대로 부숴버린 뒤, 로드는 주저앉아 흐느꼈다. 자신의 추억을 전부 빼앗아가는 병을 원망하고 이런 병에 걸린 현실을 거부하며, 결국 자기가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아이올로스...”

 

 로드는 누군가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이젠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자신이 사랑하는 단 한사람. 자유로운 바람. 그나마 기억하는 추억 속에 있는 그의 얼굴은 마치 구멍 난 것처럼 검게 변색되어 있었다.

 

,하하... 아하하... 이젠, 네가 와도 네가 맞는지 확신조차 할 수 없어...”

 

 허탈하게 웃는 로드의 눈에서는 마르지 않는 눈물이 흘러 내렸다. 그렇게 로드는 웃으면서 울었다. 마치 망가져버린 인형처럼 웃는걸 멈추지 않았다. 인형의 태엽이 풀리듯, 모든 체력을 다 쓰고 기절해 버릴 때까지, 미쳐버린 로드의 웃음소리가 어둑한 성 안에서 메아리 쳤다.

 

 



 

* * *

 

 



 

 눈을 뜬 소년은 잠시 동안 눈꺼풀을 깜빡이다 몸을 일으켰다. 이상한 꿈이었다. 깊은 숲 속에는 커다란 성이 우뚝 서 있었고, 그 성 안에는 어느 사람이 미친 듯이 웃는 꿈이었다. 그 사람은 대체 누구일까. 고민해봤지만 자신에게 그런 고민은 소용 없다는걸 잘 아는 소년은 고개를 젓고 침대에서 일어나 커튼을 걷고 창문을 살짝 열었다.

 주위를 붉게 물들이는 노을빛이 눈을 찌름과 동시에 시원한 저녁 바람이 문틈으로 비집고 들어와 소년의 하얗고 긴 머리카락을 쓰다듬듯 매만지고 지나갔다.

 

“...아이올로스...”

 

 바람을 느끼자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린 그 단어에 소년은 놀랐다. 어쩐지 낯익은 단어. 분명 꿈속에서 봤던 사람도 이 단어를 중얼거렸다. 혹시 그 사람은 과거의 나 자신인걸까? 고민해봤지만 도저히 확신이 들지 않았다.

 

 소년에겐 과거의 기억이 남아있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자기가 누구인지 마저도 기억하지 못했다. 소년이 눈을 떴을 땐 절벽 아래에서 쓰러져 있었다. 대체 자기가 왜 여기에 쓰려져 있는지, 어디로 가려고 했는지, 자기 이름이 뭔지 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절벽에서 떨어질 때 생긴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주변의 마을에 들렀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런 소년을 보더니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하며 소리를 질렀다.

 

괴물, 괴물이다!!!’

흡혈귀야!! 우릴 잡아먹을 거야!!’

당장 꺼져 이 괴물!!!’

 

 쫓겨난 소년은 다른 마을로 발걸음을 옮겼으나 결과는 똑같았다. 결국 소년은 자신의 모습을 숨기기 위해 커다란 검은색 천으로 몸을 두르고 발걸음이 옮기는 대로 떠돌아 다녔다.

 기억을 잃은 상태에서 돌아다니는게 위험하다는 지식은 있었지만 이상하게 소년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이유는 모르나 어쩐지 자기를 알고 있는 사람이 멀리 떠나 있다고 느껴졌다. 그게 누구인지, 정말 있는지 조차 알 수 없었지만 바람을 따라가면 만나지 않을까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그렇게 떠돌아다닌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그 사람에 대한 단서 하나 제대로 찾을 수 없었다. 알아낸 건 아무래도 자기는 흡혈귀라는 종족인 것 같다는 사실과, 사람들에게 괴물 취급을 받는 다는 사실 이 두 가지 뿐이었다.

 

“... 밖에 소란스럽네.”

 

 지금 숙소를 잡은 마을은 외진 곳에 있어 늘 조용한데 오늘따라 밖에 소란스러웠다. 창문 밖으로 살짝 고개를 내밀자 지나가는 사람들은 너도나도 할 거 없이 음식을 소쿠리에 가득 담아 마을 중앙 쪽으로 옮기고 있었다. 뭔가 축제라도 있는 걸까.

 평소에는 배척받을까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꺼려하는 소년이었다. 하지만 그날따라 이상하게 밖으로 나가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살짝 고민하던 소년은 옷걸이에 걸려있던 로브를 집었다. 밤이 되면 주변이 어두워 누구인지 알아보기도 힘들테고 몸을 로브로 가리고 다니니까 사람들과 살짝 떨어져 있으면 소년의 정체를 들킬 위험도 줄어든다. 그러니 괜찮겠지. 소년은 그렇게 생각하며 커다란 검은 로브를 뒤집어 쓰고 밖으로 나갔다.

 

 

 

 

 

 









 

블러디... 대체 어디 있는 거야...”

 

 아이올로스는 절망하듯 힘없이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오랜만에 로드의 성으로 돌아온 아이올로스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의 성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평소 로드가 즐겨 관리하던 꽃도, 로드가 귀여워하던 동물도, 아이올로스가 돌아오면 웃으며 맞이해주던 로드조차 없었다.

 성 안은 마치 누군가의 습격을 받은 것처럼 엉망이었다. 가구는 부서지고, 책은 전부 찢겨나가 있었다. 특히 로드가 쓰던 연구실은 가장 처참했다. 모든 약병은 부서지고 주변 벽은 검게 변색된 피로 물들어 있었으며 남아 있는 종이에는 절망에 가득 찬 글씨가 빼곡히 쓰여 있었다.

 로드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음을 짐작한 아이올로스는 그 즉시 그를 찾아다녔지만 그에 대한 단서조차 찾을 수가 없었다. 들리는 마을마다 검은색 머리카락의 아름다운 흡혈귀를 보지 못했냐고 물어봤지만 너도나도 할 거 없이 흡혈귀를 본적이 없다고 말했다. 대신, 이상한 말을 들었다.


검은 흡혈귀는 보지 못했어도 하얀 흡혈귀는 봤었지. 물론 모두가 힘을 합해 쫓아내 버렸지만.’

 

 로드의 머리카락은 밤하늘과 같은 검은색. 흰색의 머리카락이면 그일 리가 없다. 아이올로스는 고개를 저으며 흡혈귀를 봤다는 마을을 전부 돌아다녀봤지만 로드로 보이는 흡혈귀는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식사도 수면도 제대로 취하지 않고 로드를 찾아다닌 지 수개월 째. 이젠 날을 세는 것조차 무의미했다. 아이올로스는 내일 일찍 이 마을을 떠나기 위해 대충 빵 한 조각을 입 안에 쑤셔 넣고 조금이라도 숙면을 취하려고 했지만 멀리서 들리는 음악소리가 그의 발을 잡았다.

 

“... 블러디가 좋아하던 음악...”

 

 딱히 드문 음악은 아니다. 축제에서 자주 쓰는 음악이란걸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몇 개월 째 로드에 대한 단서 하나 잡지 못했던 아이올로스에겐 그 음악은 로드와의 추억을 떠올리는 매개체였다. 아이올로스는 마치 그 음악에 홀린 것처럼 음악이 들리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작은 마을이었지만 축제는 제법 성대한 편이었다. 마을 어귀에 큰 모닥불을 피우고, 악사들이 흥겨운 음악을 연주했다. 사람들은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맛있는 음식을 나눠먹고 달콤한 와인을 마시며 음악에 맞춰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불렀다.

 축제를 좋아하는 아이올로스의 평소 성격이라면 사람들 무리에 들어가 즐겁게 축제를 즐겼겠지만 지금의 그에게 이런 축제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사람들이 마시라며 준 달콤한 와인조차 텁텁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멍청하긴... 여기에 블러디가 있을 리 없는데.”

 

 음악에 이끌려 온 자신을 비웃으며 아이올로스는 컵안에 있는 와인을 단숨에 마셨다. 이 이상 여기에 있어봤자 시간낭비라고 생각한 아이올로스는 서둘러 자리를 떠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숙소 쪽으로 몸을 돌렸다.

 

“...!!”

 

 그 때 아이올로스의 눈에 한 소년이 들어왔다. 검은색 로브로 몸을 감싸고 있었지만 틀림없다. 다른 사람도 아닌 그를, 자기가 잘못 볼 리가 없으니까. 아이올로스는 울렁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나무에 기대 있는 소년에게 다가갔다. 다가갈수록 가슴의 고동은 더욱 커지고 아이올로스의 어둑했던 붉은 눈에 생기가 감돌았다. 소년이 아이올로스가 다가온걸 눈치채고 고개를 들자 두 사람의 시선이 맞았다. 소년의 눈동자를 본 아이올로스는 기쁨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소년을 끌어안았다.

 

블러디...!!!”

 

 갑작스러운 포옹에 놀란 소년이 아이올로스를 떼어내려는 듯 바둥거렸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강하게 끌어안으며 소년의 머리카락에 자신의 뺨을 부비댔다.

 

블러디, 블러디!! 아아, 설마 이게 꿈은 아니겠지?! 드디어 너를 다시 끌어안게 되다니...!! 대체 왜 갑자기 사라졌던거...”

 

 소년의 얼굴을 더 자세히 보기 위해 머리카락에 대고 있던 자신의 얼굴을 떼고 그의 뺨을 양손으로 감싸듯이 잡자, 소년을 가리고 있던 검은색 천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완전한 모습이 드러났다.

밤하늘처럼 새까맣던 로드의 머리카락은, 마치 설산처럼 하얗게 변해 있었다. 변해버린 그의 모습을 보자 그제야 아이올로스는 어째서 로드에 대한 단서조차 찾지 못했는지 깨달았다.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흡혈귀에 대한 단서는 찾지 못했지만, 하얀 머리카락을 지닌 흡혈귀의 목격자는 많았다. 그리고 그 하얀 흡혈귀는 전부 로드를 가리키고 있던 거였다. 아이올로스는 로드의 머리카락 색이 변해버린걸 몰랐기 때문에 그 하얀 흡혈귀가 로드일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한게 문제였다.

 

, 아아... 미안해. 설마 네 머리카락이 변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 정말 멍청했네.”

당신, 누구...”

이런, 너무 오래 자리를 비워서 화났어? 미안해 블러디. 이렇게 늦게 찾다니 네가 화나는게 당연하지.”

“... 나를 알...”

 

 

 

 꺄아아아악-!!!!!


 귀가 찢어질 정도로 시끄러운 비명소리가 들리자 로드는 그제야 자기를 가리고 있던 검은 로브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걸 알아챘다. 로드를 본 마을사람 중 한 명이 그가 흡혈귀란걸 알고 비명을 지른거였다. 웅성거리는 마을사람들의 목소리에 공포가 서려있었다. 그리고 역시나 그를 죽이려는 듯 저 멀리서 무기를 가지고 오는 사람들이 로드의 시야에 들어왔다.

 

, , 도망쳐야...!”

블러디 네 얼굴을 제대로 보여줘.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잖아.”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빨리 도망치지 않으면 큰일난다구!”

미안해. 아직 화가 안 풀렸지? 그래도 도망친다는 말은 하지 마... 네가 널 얼마나 찾아다녔는데. ?”

...!”

 

 주위 사람들의 살기와 공포따윈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아이올로스는 로드의 뺨을 매만지며 사랑이 가득한 눈동자로 말할 뿐이었다. 로드는 그런 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대로는 눈앞에 있는 그도 위험했다. 인간이란 자기에게 해를 입히지 않아도 해를 입힐 수 있다고 판단하면 용서 없이 죽이려 드는 종족이다. 자신을 감싸고 있는 그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어떻게든 그를 떼어놓기 위해 안간힘을 써봤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제발 자기 말 좀 들어달라고 애원하려는 순간, 자기들 쪽으로 도끼를 들고 달려오는 마을사람이 시야에 들어왔고, 로드는 반사적으로 눈을 꽉 감았다.

 

“!!!”

이 괴물, 죽어라!!!”

“...”

 

 

 

 

 

 

 분명 도끼가 몸을 내려찍었을 텐데 이상하게 아무런 아픔도 느껴지질 않았다. 의아함에 로드가 눈을 뜨자 도끼를 든 남자가 마치 석상처럼 눈앞에 굳어 있었다.

 

“...?!!”

 

 이상하다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는 순간, 남자의 양쪽 눈 밑에 검은 실선이 대각선 방향으로 생겨났다. 금이 간 머리 윗부분은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마치 잘린 사과처럼 천천히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걸 시작으로 남자의 팔, 다리, 몸통까지 온갖 선이 그어지더니 퍼즐조각처럼 몸이 동강나 우르르 소리를 내며 무너지더니 바닥을 피로 흥건하게 적셨다.

 

으아아아아악!!!!”

 

 사람이 토막나 죽자 마을사람들의 비명이 겹쳤다. 로드 역시 눈앞에서 일어난 참상에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이런 상태에서 제대로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었다.

 

되게 시끄럽네...”

 

 단 한 사람, 이 참상을 만들어낸 본인을 제외하면.

 

겨우 블러디를 만났는데 시끄럽게 떽떽거리는 걸로도 모자라... 감히 죽이려고 해? 쓰레기 같은 인간주제에.”


 아이올로스가 로드를 끌어안으며 말하자 로드는 겨우 알 수 있었다. 자기를 죽이려고 했던 남자를 지금 이렇게 바닥에 흩어진 퍼즐조각처럼 토막낸 당사자가 다름 아닌 자길 끌어안고 있는 이 사람이란 사실을. 구토가 올라올 것 같은 잔인한 상황임에도 아이올로스의 표정에는 죄책감 따위는 털끝만큼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표정에는 분노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아이올로스가 손가락을 튕기자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처음엔 약한 산들바람이라 생각했지만 누군가 찢어지는 비명을 질렀다. 비명을 지른 사람의 팔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그러자 산들바람은 점차 세기가 강해지더니 이윽고 칼날과도 같은 날카로움으로 마을 사람들을 덮쳤다.

 

으아아아악!! , 내 팔!!”

꺄아아악-!!! 여보, 여보!!!!”

싫어, 살려줘!!!!”

 

 바람의 칼날은 덮친 마을사람들의 몸을 무자비하게 조각냈다. 대지를 가를 정도로 날카로운 바람은 사람들의 사지와 피를 사방에 흩뿌렸다. 단번에 죽지 않은 사람들은 고통과 공포가 가득한 비명을 지르며 어떻게든 살기 위해 도망치려고 했지만 바람에게서 도망칠 방법 따윈 없었다. 그들에게 남은 길은 죽음 뿐이었다.

 죽음의 공포가 스며 있던 비명소리가 점차 잦아들기 시작했다. 비명을 지를 사람들이 점차 적어지고 있다는 의미였다. 마침내 남은 신음소리도 멈추자, 조용해진 외곽에는 풀벌레의 울음소리만 들렸다.

 

, 이제야 조용해졌네. 그럼 블러디, 돌아갈까?”

, 아아...”

 

 로드는 공포에 질린 눈으로 아이올로스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끔찍하게 죽였으면서도, 눈앞에 있는 남자의 얼굴은 평온함 그 자체였다. 그에게 있어 사람을 죽인다는 건 그냥 벌레를 죽이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도망쳐야해. 도망쳐야해.

 

 로드의 본능이 소리쳤다. 눈앞에 있는 이 남자가 누구인지, 자기를 어떻게 알고 있는지 궁금했지만 지금은 그런 건 상관없었다. 그저 한 마을의 인구를 눈 하나 깜짝 않고 죽인 이 남자에게서 도망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싫어! 이거 놔!! 싫어어!!!”

블러디! 제발 내 말을 들어줘!!”

싫어!! 난 너 같은거 몰라!! 무서워!! 무섭다고!!”

무슨 바보같은 말을 하는거야!! 나야, 아이올로스!! 네 연인!!”

, 이거 놔!!!!”

 

 로드가 미친 듯이 소리지르며 아이올로스를 거부하자, 아이올로스의 이성이 흔들거렸다.

 

 겨우 찾았는데, 겨우 찾았는데. 대체 왜 나에게서 도망치려고 하는 거야?

 

 자신에게서 도망치려는 로드를 바라보던 아이올로스의 눈빛이 변했다. 그를 놓칠 수 없었다. 여기서 놓치면 자긴 또 로드를 찾아 헤매야 한다. 로드가 없는 시간은 지옥과 같았다. 그런데 지금 나에게 그런 지옥을 또 맛보게 하려는거야?

 

“... 절대로, 놓지 않아...”

, 아아...!”

 

 아이올로스의 얼굴에 검은 빛이 드리워졌다. 그 표정에선 분노 이외에는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었다.

 

미안해. 조금만 자고 있어.”

..!”

 

 아이올로스의 주먹이 로드의 배를 강타했다. 약해질대로 약해진 몸이 아이올로스의 주먹을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로드의 몸이 무너지듯 앞으로 고꾸라지자 아이올로스는 그런 그를 받아 조심스럽게 안아 올렸다. 기절한 로드를 바라보는 아이올로스의 표정에서 점차 검은빛이 사라졌다.

 

그만 돌아가자. 우리의 집으로.”

 

 그렇게 말하며 아이올로스는 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걸어가면서 고깃덩어리 몇 개가 발에 채이자 귀찮다는 듯이 무자비하게 짓밟았다.

 

그러고 보니 로드를 봤다는 마을 놈들도... 블러디를 죽이려고 했었지? 가만 둬선 안 되겠네.”

 

 감히 바람의 신의 반려를 건들다니. 인간 주제에 너무 건방지잖아? 안 그래 블러디?

 

 아이올로스는 웃으며 기절한 로드의 입술에 자신의 입을 맞추며 대답을 구했지만 그의 대답이 돌아올 리 없었다. 그래도 상관없는지 아이올로스는 그저 즐겁게 웃을 뿐이었다.

 

 

 

 

 

 미쳐버린 바람의 신이 지나간 자리에는, 붉은 색 발자국만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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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올뱀로 체인지

2017. 10. 17.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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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올뱀로 기승위

2017. 10. 11.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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