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블메] 쉥님 생일 축하드려요!!
난 있지, 타인의 생일에 크게 관심을 가져 본 적이 없어.
내가 태어난 날도 모르는데 남이 태어난 날에 관심이 갈 리가 없지.
게다가 그냥 태어난 날짜일 뿐인데 왜 저렇게 주위 사람들에게 축하 받는 건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축하하는 마음을 조금 알 것 같아.
사랑스러운 네가 태어난 날이 언제일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가슴이 두근거리는걸?
그러니까, 앞으로는 계속 함께 축하하자.
언제까지나 함께.
“우리 딸, 그 케이크 산게 그렇게 좋아?
“응!! 난 딸기 케이크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하하, 우리 공주님 생일이니까. 그럼 여보, 이제 뭘 더 사야하지?”
빵집 앞에 있는 어느 세가족의 대화. 자기가 좋아하는 케이크가 담긴 상자를 소중하게 양손으로 꼭 안고 함박웃음을 짓는 아이. 그리고 그런 자기 아이가 사랑스럽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고 손가락으로 뺨을 살짝 찌르며 애정표현을 숨기지 않는 부모. 제 3자가 보기에도 미소가 떠오르는 행복한 가족의 모습이었다. 지나가던 스톰 브링어의 발걸음조차 잠시 잡아 둘 정도로.
스톰의 시선을 눈치채지 못한 가족은 금방 자리를 떠났지만, 그 가족의 대화를 듣고 있던 스톰은 잠시동안 그 자리에 서서 가족이 나눴던 대화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생일이라...”
험난한 마계에서는 오늘은 살아남았어도 내일도 살 수 있다는 보장 따윈 없었다. 굶어죽지 않기 위해 먹을 수 있다면 말라비틀어진 식물은 물론이고 나무뿌리마저 입안에 밀어 넣으며 살아왔던 스톰에게 있어 태어난 날 따윈 기억도 나지 않았다. 애당초 스톰은 마계에 비해 평화로운 이곳 아라드에 와서야 태어난 날에는 축하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생일같은건 딱히 나하고는 별 상관없는 일이지. 스톰 역시 과거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달라. 스톰은 자신의 생각을 바꿔준 한 인물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그러고 보니 블러디의 생일은 언제일까?”
스톰의 연인인 뱀파이어. 애칭 블러디. 사랑스러운 연인의 모습을 떠올리자 스톰의 입꼬리는 자연스럽게 곡선을 그렸다. 딱히 자기 생일은 상관없지만 상대가 블러디라면 말이 다르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태어난 날이라면 스톰에게 있어도 특별한 날임에 틀림없으니까. 블러디 역시 자기처럼 상당히 험난한 삶을 살아왔지만 혹시나 자기랑 달리 생일을 기억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그 날 크게 축하해줘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스톰은 발걸음에 바람의 마력을 실어 단숨에 뱀파이어가 있는 성으로 날아갔다.
“태어난 날짜? 마계 출신중 그런 걸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있긴 한가?”
책을 읽고 있던 뱀파이어는 스톰의 질문에 어이없다는 듯 대답했다. 아, 역시 그렇구나. 멋쩍은 듯 웃으며 뺨을 긁는 스톰을 바라보던 뱀파이어는 한숨을 쉬며 책을 덮었다.
“오면서 누가 생일이라고 즐거워하는 모습이라도 봤나보지?”
“헉, 어떻게 알았어?”
“네 녀석의 행동방식은 보지 않아도 훤하니까. ...애당초 태어난 날에 무슨 의미가 있다고 축하를 하고 파티를 여는 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그냥 지나가는 날짜중 하나일 뿐인데.”
“으음... 뭐, 그렇, 겠지.”
“? 스톰?”
“음, 아냐. 아하하하.”
“...?”
스톰의 반응이 이상하자 뱀파이어가 왜 그러냐는 듯 그의 이름을 불렀지만 스톰은 어영부영하게 답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지금의 스톰은 뱀파이어의 생각에 동의할 수가 없어서 제대로 답을 할 수 없었다.
과거의 자신이라면 그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 분명 바로 동의했겠지만. 태어난 날에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알지 못했고 이해할 수 없었다. 그냥 돌고 도는 날짜일 뿐인데 그 날짜에 의미를 부여하는게 어리석다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뱀파이어와 만나기 전의 이야기다. 그를 만나고 사랑에 빠진 뒤, 스톰은 왜 생일을 축하하려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이 그와 만날 수 있고 함께 할 수 있는건 당연한 말이지만 살아있기 때문이다. 살아 있다는 건 태어난 날이 있다는 증거다. 매년 쳇바퀴처럼 돌아오는 날짜 중엔 분명 뱀파이어가 태어난 날이 있다. 분명 지금까지 알고 있던 일임에도, 스톰은 뱀파이어가 태어난 날이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두근거리는걸 느꼈다.
사랑하는 블러디가 태어난 날.
그저 그런 사실이 하나 추가된 것뿐인데도 스톰에게 있어 그 날은 그 무엇보다도 특별한 날이 되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태어난 날을 축하하고 축하받는 이유 또한 알게 되었다. 소중한 사람이 태어났다는 것만으로도 그 날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를.
그렇기에 스톰은 뱀파이어에게 전하고 싶었다. 네가 태어난 날은 나에게 있어 무엇보다도 기쁘고 특별한 날 이라는걸.
“내 눈까지 가리고... 대체 어디로 데려가는 거냐?”
“조금만 참아! 분명 깜짝 놀랄 테니까!”
뱀파이어는 한숨을 쉬었다. 이런 상태의 스톰에게 반항해봤자 체력낭비라는건 잘 알고 있는 그였다. 뱀파이어는 더 이상 묻는걸 관두기로 하고 그의 가슴에 살며시 머리를 기댔다. 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스톰은 뱀파이어가 막 잠들려는 시각에 성으로 찾아왔다. 창문으로 들어오자 마자 천으로 뱀파이어의 눈을 가리더니 그대로 그를 안은 채 하늘로 둥실 떠올랐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납치라고 오해하는게 자연스러울 만한 상황이지만 상대가 스톰이니 뱀파이어는 아무런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를 전적으로 믿고 있단걸 드러내듯 몸을 기대기까지 하니 그런 작은 행동조차 사랑스러운 듯 스톰은 바람에 나부끼는 뱀파이어의 검은색 긴 머리카락에 살짝 입을 맞췄다.
“자, 바로 여기야.”
“...! 와...”
스톰이 데려온 곳은 높은 산의 꼭대기였다. 시야를 가리고 있던 천을 풀자 가장 먼저 보이는건 광대한 대지와 아직 별들이 사라지지 않은 새벽녘의 하늘이었다. 구름보다 높은 산 위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마치 하늘과 땅, 솟아 올라있는 산과 그 산에 걸쳐진 구름, 그 모든 것이 한눈에 보일 정도로 드넓었다. 땅과 하늘의 경계선에선 아침 해가 조금씩 찬란한 빛을 비추며 떠오르고 있었다. 그 경치의 웅장함은 그야말로 창조주가 이 세계를 만들어 냈을 때의 모습이 아닐까 착각할 정도로 위엄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잠시 자아도 잊고 그 자연의 아름다움에 취해있던 뱀파이어는 자신의 손을 꼭 잡는 손길을 눈치 채고 그 손을 잡은 인물에게 시선을 돌렸다. 시선의 끝에는 사랑스럽다는 감정을 숨기지 않은 눈빛으로 뱀파이어를 바라보는 스톰이 있었다.
“네 방랑벽이 이번에 찾은 보물은 이 경치인건가?”
“응. 엄청 멋지지? 처음 이 경치를 봤을 때 블러디한테도 보여주고 싶었거든. 그리고... 꼭 건네주고 싶은 것도 있고.”
“건네주고 싶은 거? ?!”
스톰은 갸웃거리는 뱀파이어의 뺨을 잡은 잡아 자기 쪽으로 당긴 다음 자신의 입술을 그의 입술에 겹쳤다. 갑작스러운 입맞춤에 놀라 미처 닫히지 않은 뱀파이어의 입 안으로 스톰의 혀가 비집고 들어갔다. 허락하지 않은 침입이었지만 뱀파이어는 그 침입을 거부하지 않았다. 오히려 허락한다는 듯 힘을 빼고 스톰에게 몸을 기대자, 스톰은 뱀파이어의 허리를 팔로 감아 자신에게 더욱 밀착시켰다.
처음 봤을땐 끝부분만 보이던 태양이 절반 정도 떠오를 정도의 시간이 지나서야 두 사람의 입술은 떨어졌다. 떨어진 입 사이에는 아직 계속 입맞추고 싶다는 생각을 반영한 것처럼 햇빛의 빛을 받아 반짝이는 은색 실이 길게 늘어지다 결국 끊어지고 말았다.
“하아, 하아... 갑자기, 무슨 짓을...”
“하하. 기습한거 치고 블러디도 기대했잖아? 살짝 목각도 비틀어서 내 혀가 들어오기 쉽게 만들어주고...”
“시, 시끄럽다!! 그, 그보다. 나한테 주고 싶다는게 대체 뭐냐?”
스톰은 부끄러워서 빨갛게 물든 얼굴을 감추려는 듯이, 스톰의 가슴을 양 팔로 밀어내며 고개를 돌린 뱀파이어의 손을 잡았다. 조금 투박한 스톰의 손가락과 달리 상처 하나 없이 길고 가느다란 도자기 인형 같은 뱀파이어의 손가락에다, 스톰은 그를 위해 준비한 선물을 살며시 끼웠다.
마치 몸의 일부인 것처럼 걸림 하나 없이 뱀파이어의 손가락에 끼워진 은색 반지엔 뱀파이어의 눈동자와 같은 색의 보석이 박혀 있었다. 마력이 담겨있는 것 같은 은은한 매력을 가진 피처럼 붉은 보석은 아침 해의 빛에 반짝이며 그 찬란함을 한층 더 뽐냈다.
“이건...”
“사랑해. 블러디. 그리고, 생일 축하해.”
“...? 하지만, 내 생일은...”
“응. 알아. 언제인지 모르지. 그러니까 앞으로는 오늘이 블러디의 생일인걸로 하는 거야.”
“오늘이... 내 생일?”
“응. 블러디의 생일이야. 사랑하는 블러디가 태어난 날이 특별하지 않을 리가 없잖아. 그냥 매년 지나가는 날 같은 거와는 전혀 다른 걸.”
“....”
“블러디. 내가 앞으로 계속 블러디의 곁에서 블러디의 생일을 축하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겠어?”
스톰의 진지한 질문에 뱀파이어는 며칠 전, 그에게 말했던 말이 떠올라 바로 대답할 수가 없었다.
‘태어난 날에 무슨 의미가 있다고 축하를 하고 파티를 여는 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그냥 지나가는 날짜중 하나일 뿐인데.’
‘사랑하는 블러디가 태어난 날이 특별하지 않을리가 없잖아.’
그래, 그런건가. 뱀파이어의 입에 작게 미소가 걸렸다. 특별한 사람이 태어난 날이라면, 그건 그저 의미 없는 날이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 있어선 그저 단순한 날일지는 몰라도, 그 당사자를 사랑하는 자에게 있어선 일년에 단 하나뿐인 축복스러운 날이라는 거겠지.
분명 뱀파이어도 스톰의 생일을 알고 있다면, 그 날이 특별하게 느껴질 테니까.
뱀파이어가 고개를 숙인 채 오랜 시간동안 답이 없자 늘 여유가 넘치던 스톰의 얼굴에 조금씩 불안의 그림자가 걸리기 시작했다. 뱀파이어의 손을 꽉 잡고 있는 손에 조금씩 땀이 차기 시작했다.
그런 스톰의 불안함을 알아챘는지 뱀파이어는 고개를 들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스톰은 자신의 입술에서 느껴지는 부드럽고 따뜻한 감촉이 무엇인지 잠시 알아챌 수가 없었다.
“어... 어? 어? 브, 블러디?”
“... 불공평해.”
“네, 넵?”
“나는 네 생일을 알지 못해. 그럼 불공평하지 않느냐. 그러니 앞으로, 오늘은 내 생일일 뿐만이 아니라 네 생일이기도 한거다. 그러니까... 생일 축하한다. 스톰... 그, 그리고... ...앞으로 계속 함께 축하하는걸, 허락해 주겠다. 나 역시, 네 생일이라면... 트, 특별하니까.”
자존심이 높은 뱀파이어는 결코 속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그런 그가, 스톰의 생일은 자신에게 있어 특별하다고 말했다. 여전히 돌려 말하기였지만 그 나름대로 솔직하게 스톰을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뱀파이어의 말의 뜻을 단번에 이해한 스톰은 아무 말 없이 뱀파이어의 몸을 끌어안았다. 뱀파이어 역시 아무 저항 없이 그의 품속에 자신의 얼굴을 묻었다.
태어난 날을 알지 못했던 두 사람의 첫 생일 축하.
둘 만의 생일파티를 응원하듯, 아침 해는 떠오르며 두 소년을 따뜻하게 비췄다.
쉥님 생일 축하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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